‘다낭성난소증후군’, 누군가에겐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가임 여성의 5~10%에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내분비질환 중 하나입니다. 여성 불임의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란, 만성적인 무배란과 고안드로겐증, 초음파상 다낭성난소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을 일컫는 것입니다. 임상 양상이 매우 다양한데, 한국 여성의 경우 불규칙한 월경주기(희발월경, 무월경) 및 부정출혈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보고됩니다. 그 외 인슐린 저항성 같은 대사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배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사적인 이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에서 특히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이 높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실제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 약 40%에서 당 불내성이나 제 2형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히 난임과 월경 이상이라는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동반되는 대사 이상에 주목하여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사질환의 한 유형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비만한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체질량지수BMI≥25kg/㎡)의 경우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약 절반에 해당되는 환자가 비만, 과체중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고안드로겐혈증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구들에서 체중감량으로 자발적인 배란이 회복되었으며, 특히 최소 5% 정도의 감량만으로도 배란이 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열량의 제한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뚜렷한 감량이 없는 상태에서도, 열량 제한 자체만으로도 생식능력의 향상 되기도 합니다. 비만한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에서는 체중 감량뿐 아니라 감량된 체중의 유지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지속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의학 문헌에서 다낭성난소증후군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지만 임상적인 증후로서 “經閉”, “月經不調”, “無子”등의 범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크게 신허(腎虛)형, 기체(氣滯)형, 습담저체(濕痰阻滯)형, 음허내열(陰虛內熱)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위에서 서술한 대사이상을 가진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들은 대개 습담저체(濕痰阻滯)형에 해당됩니다.
<葉天士女科>에서는 形肥痰滯經閉(체형이 비만하면서 담음이 정체하여 월경이 나오지 않는 것), 肥人白帶多痰(비만한 사람이 하얀 냉이 많이 흐르는 것) 한 경우 쓰는 처방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데, 이것이 최근에는 濕痰으로 인한 생리불순, 월경과소와 다낭성증후군에 쓰이고 있습니다.
다낭성증후군의 환자에서 비만이 증상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원인 관계나 생물학적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뇨 및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에 대해 과체중 또는 비만 자체가 갖는 안 좋은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운동과 식습관 교정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가 체중감량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또, 심혈관계 질환 이나 당뇨가 있는 경우 무리한 운동이나 체중감량은 피하셔야 합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황보수민 원장 (한의사)>